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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브랜딩은 어떻게 지방소멸에 대응하는가

지방소멸은 일본의 민간연구단체인 일본창성회의에서 2014년에 발표한 ‘마스다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되었습니다. 그당시 추세라면 2040년까지 일본의 절반인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아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특히 소멸위험 지역 중 하나로 도쿄의 도시마구가 포함되어서 경각심을 일으켰습니다.(서울의 자치구 하나가 소멸위험지역이라면...)


지방소멸 위험지역은 ‘지방소멸 위험지수’에 따라 분류되는데, 20~39세의 인구를 65세 이상의 인구로 나눈 값입니다. 청년인구가 없으면 지방의 미래는 없다는 의미겠지요. 0.5미만이면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며 전국 시군구 중 절반이 위험지역에 해당합니다.

지방소멸의 문제는 지방소멸이라는 말 자체에 있습니다. 지방이 소멸한다고 하니 마치 지방에 원인이 있는 듯 합니다. 대한민국의 인구밀도는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전 국토에 고루 흩어져 살아도 좁은 땅인데 서울과 경기에 전체 인구의 50%가 모여 있으니 얼마나 좁겠습니까. 지방소멸은 지방 인구 감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인구 단극화의 문제입니다.


OECD 중 우리가 1등인게 또 있습니다.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유일하게 1명 미만인 나라입니다. 지방소멸과 저출산이 함께 언급되다보니 지방 사람들이 출산을 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전국에서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도시는 서울입니다. 무려 0.59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한참 낮습니다. 부산 0.72명, 인천 0.75명으로 대도시들이 대체로 평균보다 낮습니다. 반면에 강원, 충청, 충남, 전라, 경상도 모두 평균보다 높습니다.

저출산의 원인에 관해 여러 의견이 있으나 ‘가용 자원’에 관한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취득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이 적다고 생각할수록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서울은 자원의 총량은 많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은 적고, 지방은 총량은 적지만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이 상대적으로 더 치열한 서울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입니다.


지방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아니라 지방에서 자란 아이들이 스무살이 되면 서울로 떠나서 발생하는 게 지방소멸입니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대학과 일자리겠지요. 고향에 남으려는 청년들조차 좋은 대학이나 대기업을 못간 ‘낙오자’로 보는 주변 시선 때문에라도 떠나고 싶다고 합니다. 스무살의 청년이 서울로 떠나면 고향의 부모님들은 학비, 거주비, 생활비를 보태줍니다. 부모님들이 지역에서 거둔 소득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관외 유출’이 발생합니다. 지역의 돈이 지역 안에서 순환되지 못하면 지역경제가 축소되고 일자리는 줄어듭니다. 일자리가 없으니 지역을 떠나고, 인재가 없으니 기업들은 그 지역을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울산, 군산 등 대규모 산업단지로 번성했던 도시들이 급격하게 소멸위험 지역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산업 자체가 쇠퇴하거나 AI와 로봇으로 인력이 대체되면서 일자리가 줄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일자리가 빠져나가면 도시의 공동화 현상은 지역에 더 크고 급격한 충격을 안겨줍니다.


관광객을 유치하면 지역경제에 활력이 생기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 합니다. 2022년 7월, 총 122개 지자체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받기 위한 투자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지자체가 제출한 총 811건의 사업 중 문화, 관광 분야가 226개로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한국관공사에 따르면, 인구감소로 줄어든 지역인구 1명의 지역 내 소비지출액을 상쇄하려면 73명의 관광객 유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구 1천명이 감소하면 매년 73,000명의 관광객을 유치해야 지역경제가 유지된다는 의미입니다. 서피비치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군의 관광객은 연간 200만 명, 다양한 관광자원이 풍부한 평창군은 340만 명,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가 있는 정선군은 120만 명이지만 모두 지방소멸 위험지역에 해당합니다. (소멸위험지수: 양양 0.22, 평창 0.20, 정선 0.21)


로컬브랜딩의 해법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2021년, 30대 이하 귀농귀촌 인구는 23만 5천명으로 역대 최다이며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명소가 된 카페와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것도 대부분 청년입니다. 청년들이 ‘귀환’하는 이유는 ‘라이프스타일’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빡빡하게 사는 것보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살 수 있는 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지역은 잠재된 ‘가용 자원’이 충분하며 정서적으로 만족할만한 삶이 있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행정안전부의 로컬브랜딩 마스터플랜이 ‘살만하고 올만한 지역’을 지향하는 이유입니다. 지역 주민이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들면 외지에서 이주하고 싶은 마음이 촉진됩니다.


‘살만한 지역’은 서울보다 더 나은 곳을 뜻하는게 아닙니다. 지방이 서울보다 더 나은 것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로컬브랜딩의 지향점은 서울보다 나은 곳이 아니라 서울과 다른 매력을 가진 지역입니다. 서울은 서울대로 매력 있고 지역은 지역대로 매력 있는 곳을 만드는 방법론이 로컬브랜딩입니다. 서울과 다른 지역고유의 자원을 활용해 각 지역마다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차별화된 이미지를 가지려면 자원을 발굴하고 비전을 수립하는 일이 관건입니다. 지역의 수많은 자원 중에 어떤 자원을 발굴하고 그 자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탐색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로컬브랜딩 마스터플랜 길라잡이에는 30개의 로컬브랜딩 탐색지표를 제공합니다. 살만한 곳을 만드는 ‘일자리’와 ‘정주여건’, 살만한 여건인 동시에 올만한 여건인 타 지역과의 ‘차별적 인프라’, 3개 분야에 각각 10개씩의 자원 탐색 목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30개의 탐색지표는 살만하고 올만한 지역의 조건에 해당하는 모든 것이 망라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갖추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럴 수도 없고 그렇게 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씩, 하나씩 우선 집중해야 할 자원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길라잡이’에는 선택을 위한 방법론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막연하게 살만하고 올만한 지역을 만드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목적에 따라 어떤 자원을 우선적으로 발굴하고 키워야 하는지 임실치즈마을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고유자원을 활용하는 이유는 지역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은 우리말로 생활양식입니다. 즉, 주민의 일상생활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로컬브랜딩입니다. 그래서 로컬브랜딩의 사업대상 범위는 ‘생활권’입니다.


로컬브랜딩에서의 생활권은 읍면동 행정구역에 따라 경계를 긋지 않습니다. 우리는 행정구역에 맞춰 생활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1개 읍면동에서 주로 생활하지만 또 어떤 사람의 일상은 1개 이상의 읍면동을 넘나듭니다. 따라서 로컬브랜딩의 사업대상 범위도 1개 또는 1개 이상의 읍면동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길라잡이’에는 생활권의 경계를 획정하는 방법도 모두 담겨 있습니다.


로컬브랜딩이 지방소멸 문제의 완전하고 유일한 해법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희망과 대안입니다. ‘지방이 소멸한다’는 위기감만 조성하는 것보다 불완전하더라도 대안을 찾아가는 도전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역에서 충분히 활용하시되 현장에서 나타나는 보완점은 행안부와 저희 공익마케팅스쿨에 제안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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