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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골목경제가 더 중요한 4가지 이유

골목경제라 하면 흔히 소상공인 또는 자영업의 문제로 인식합니다. 골목경제를 이루는 중심 요소가 작은 가게들이긴 하지만 지역 경제와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보다 지방 소도시에서 영향의 범위가 크고 다양하며, 일자리와 소득의 관점에서 지방소멸을 가속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합니다.


골목경제가 축소되는 이유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인터넷 쇼핑 증가, 대기업의 유통망 확대,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에 있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고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해지면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없이 먹거리와 생필품 등을 쇼핑하고 있습니다.(여성이 살림을 전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생활 소비의 주도권이 대부분 여성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유통과 물류의 발달로 더 빠른 배송이 가능해져, 공산품뿐 아니라 골목경제의 주요 구매 품목인 신선식품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까지 확대되어 골목경제는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골목경제가 축소된 것은 주민들의 소비량이 줄어든 게 아닙니다. 소비처가 지역 안의 자영업자에서 지역 밖의 대기업과 인터넷 쇼핑몰로 이동했다는 뜻입니다. 자영업은 대부분 지역 주민이 운영하고 주민을 고용합니다. 소비처의 이동은 결국 주민의 소득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집니다. 지역 경제는 점차 동력을 잃고 아무리 재정을 투입해도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됩니다. 지방에서 골목경제가 중요한 첫 번째 이유입니다.


인터넷 쇼핑 확대가 지방에 피해만 주는 건 아닙니다. 지방 어디에 살든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면 굳이 서울 거주만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살면서 스마트폰으로 결제만 하면 되니까요. 그럼 굳이 우리 지역에만 살아야 하는 이유도 없겠지요. 경북 의성군에 살든 강원도 정선군에 살든, 지역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집의 위치가 중요합니다.


우리 지역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개성 있는 골목 문화가 있다면 어느 지역에 사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인터넷 쇼핑보다 신선한 로컬 푸드가 있고 친절하고 안심할 수 있는 단골이 있으며 밝고 이쁜 가게들이 골목을 걷는 재미를 준다면 우리 동네 가게들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며 우리 지역에 사는 이유가 생깁니다. 개성 있는 골목경제는 관광객 유치에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대규모 관광 시설이나 자연 환경만 보고 여행을 가는 시대가 아닙니다. 그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맛이 있어야 합니다. 전주 한옥마을, 충주 관아골, 대구 근대골목, 경주 황리단길 등 골목이 곧 그 지역의 매력을 대표하는 시대입니다. 지방에서 골목경제가 중요한 두 번째 이유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산업과 일자리의 다양성입니다. 단일 산업에 의존해 경제 규모와 일자리를 지탱하는 도시는 해당 산업의 쇠락과 경기 침체에 위기를 맞습니다. 자동차 업계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던 미국의 디트로이트, 조선업과 중공업의 글로벌 위축으로 지방소멸의 위험에 처한 통영과 군산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 도시의 경제를 단일 산업이 주도하면 다른 산업은 위축되고 혁신의 기반이 약화됩니다. 주도 산업에는 자원과 인재가 집중되고 혁신이 시작되는 스몰 브랜드와 메이커는 경시하게 됩니다.

포틀랜드의 거리 축제
출처: https://www.travelportland.com

산업 다양성이 높은 도시에는 혁신을 포용하고 장려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포틀랜드에는 개성 넘치는 카페와 레스토랑, 독립서점, 수제 맥주, 부티크 호텔 등이 즐비합니다. 또한 1,000여 개의 아웃도어 스몰 브랜드와 나이키, 컬럼비아, 아디다스의 본사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와 샌프란스시코, 실리콘밸리 등에서 일하던 청년들이 일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포틀랜드로 이주하는 이유는 창업과 도전을 권장하고 작은 사업체들이 공존하기 좋은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산업이 다양하면 그만큼 일자리도 다양해지며, 사람들에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과 잘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더 많은 청년들과 여러 분야의 인재를 유입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인재들이 모여 혁신을 이끌고 일자리를 만들며 한 지역의 브랜드를 만듭니다.


지방에서 골목경제가 중요한 네 번째 이유는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입니다. 골목경제는 차량이 아닌 도보로 이용합니다. 차량을 이용한 쇼핑은 집 주차장에서 건물 주차장으로 이어져 사람들이 서로 마주칠 기회가 적습니다. 도보를 이용한 쇼핑은 서로 마주치며 이웃이 생길 기회가 많아집니다.


혹시 지금 살고계신 동네에서 인사하며 지내는 이웃이 몇 명인가요? 서울시 생활상권 조사에 따르면 5명 이하라는 응답이 59%를 차지했습니다. 또 단골상점이 3개 이하라는 응답은 81%에 달했습니다.(참조 기사) 단골상점의 수와 인사하며 지내는 이웃의 수는 비례 관계입니다. 단골상점이 줄면 마주침이 줄고 인사하는 이웃도 줄기 마련입니다.


우리보다 일찍 상점가 활성화와 마을 만들기 사업을 했던 일본에서, 2009년에 ‘지역상점가 활성화’법이 제정됩니다. 명칭대로 지역 상점가를 살리기 위한 법이지요. 그런데 이 법률의 제정 배경에는 ‘상점가는 지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과 동시에,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주민의 삶을 뒷받침하는 생활기반 기능’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참조: https://www.si.re.kr/node/63747) 30~40년 동안 상점가 활성화와 마을 만들기를 했더니 이 둘이 별개가 아니었다는 점을 알게된 것입니다. 일본 구로카베 마을 사례 등을 살펴보면 상점가가 커뮤니티(공동체) 활성화의 중심이 된 성공사례가 많습니다.


골목경제는 560만 자영업에 관한 문제인 동시에 주민의 삶과 지역경제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골목경제를 소상공인 관점으로만 보면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을뿐더러 지역경제의 해법도 보이지 않습니다. 골목경제 활성화는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정책입니다. 지방에서 골목경제가 더 중요한 이유를 요약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첫째, 골목경제의 축소는 곧 지역 소비가 밖으로 유출된다는 뜻이며, 주민의 일자리와 소득이 감소하여 지역경제의 동력을 점차상실하게 된다.


둘째, 골목경제와 문화가 지역의 매력을 대표하는 시대이다. 개성 있는 골목은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관광객 유입에도 효과적이다.


셋째, 단일 산업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보다 산업 다양성이 풍부한 도시가 안정적인 경제구조를 가지며, 일자리와 기회의 다양성으로 인해 인재를 유입하는 요인이 된다.


넷째, 골목경제는 도보경제이다. 도보를 이용한 쇼핑이 증가하면 이웃 간의 마주침이 활발해지며 공동체와 지역경제 모두를 살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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